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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블루프라이데이(Blue Friday)로 멍들다
천선영 기자 | 승인 2015.10.07 10:49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먹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이른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두고 하는 말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국내 내수시장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주도하고 나선 이번 행사는 굴지의 유통업체들이 대거 참여하여, 국민들의 소비호응을 유도하는 등 내심 반짝 내수 증대에 고무돼 있는 모습이다.

일주일 정도 진행된 행사는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재미없는 잔칫집'이라는 볼멘소리가 많다. 할인율이 큰 것 같지만, “최대 몇 프로”라는 제한을 두고 일부 품목을 과대 광고하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혹하게 하는 것이다. 정작 살만한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계와 충분한 협의나 준비 없이 진행된 행사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유통업체인 백화점이 제조업체의 물건을 구매하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이익을 남기지만, 한국의 경우는 백화점에 입점한 제조업체가 직접 판매해 이익을 남기며, 입점 수수료까지 내야하는 구조이다.

때문에 한국의 유통업체는 제조업체가 시즌마다 팔지 못한 재고들로 생기는 손실이 직접적이지 않지만, 미국의 경우는 유통업체가 떠안게 될 재고물품이 창고에 들어감으로써 발생되는 물류비를 아끼기 위해 최대한 할인율을 적용해 남기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는 달리, 제조업체의 재고 소진 목표가 아닌 내수활성화를 위한 정부 주도의 ‘관제 유통 행사’라는 성급하고 무식한 기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엉뚱하게도 유통업체는 나름의 수혜자가 되었고, 제조업체는 상대적 피해자가 되는 우울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통업체는 기존에 백화점에서 진행해 왔던 시즌세일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언성과 함께 뻥튀기 할인이라는 오명이 자자 하지만, 북적이는 고객들로 기존 대비 판매율이 20%이상 증가했다. 반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제조업체들은 백화점에 내는 수수료 할인이 정작 백화점이 내 걸고 있는 할인율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해 울상이다.

하물며 지역 내 대형마트들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 전통시장들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혜택은커녕 ‘보기 좋게 까였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당초 정부는 이번 할인행사에서 전통시장 200여 곳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 발표했다.

하지만 참여 예정인 전통시장들은 대부분 일주일 정도만 진행할 예정이며, 일정 또한 일률적이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가 부족해 이번 행사에 전통시장이 참여하고 있는지를 아는 소비자들은 극히 드물다. 또한 전통시장들은 평소에도 대형마트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하고 있어 추가로 할인율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내수시장 활성화가 무색하리만큼, 마구잡이식의 관제 유통 행사가 이래저래 전통시장 상인들 또한 울상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경제살리기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유통업체, 제조업체, 소비자들을 우울한 ‘블루프라이데이(Blue Friday)’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는 추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정례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매년 쇼핑행사에 우울한 금요일을 선사하지 않으려면 올해 진행되는 블랙프라이데이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최대한 해소하고 대형 유통업체,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기획하여 체계적인 국가적 이벤트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천선영 기자  sun0@gimpo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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