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주차할 곳 없어 두번 찾지 않는 고객... 여긴 구멍가개보다 못한다 하소연...

김포 라베니체의 주차장이 부족하자 상가 주변에 불법 주정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천용남 기자)
김포 라베니체의 주차장이 부족하자 상가 주변에 불법 주정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천용남 기자)

“겉모습은 베네치아를 연상케 할 정도로 기가 막힌 수변 상가인데, 주차할 곳이 없어서 한 번 찾은 고객들은 다시 찾지 않아요. 이러한 기피 현상으로 상권이 죽으니 여긴 구멍가게보다 못 합니다.”

2007년 김포 라베니체 상가에 음식점을 연 김모(59)씨의 말이다.

김씨는 김포한강신도시 장기동에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옮겨왔다는 유럽형 수변 ‘라베니체 상가’가 신도시 상권의 심장부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높은 분양가를 지불하며 이곳에 음식점을 열었다.

그러나 김씨의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주차장 부족으로 고객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코로나19 위기로 갈 곳이 없는 시민들이 이곳 수변 상가만은 찾겠지’ 하는 기대를 했지만, 매일같이 주차 전쟁이다. 어쩌다 주차공간이 생기면 로또 맞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때 잘 나가던 회사에서 앞날을 보장받았던 또 다른 40대 음식점 주인은 “2년 전 퇴직금과 저축해놓은 돈으로 상가를 임대받아 장사하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보증금도 다 까먹을 형편”이라고 푸념했다.

취재 중 만나 얘기를 나누게 된 60대 중반의 한 여성 상인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높은 가격에 분양했지만 늘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상가 거리는 찾는 손님이 끊긴 지 오래다”라고 설명했다.

 

김포 라베니체의 주차장이 부족하자 상가 주변에 불법 주정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천용남 기자)

▲ 김포 라베니체의 주차장이 부족하자 상가 주변에 불법 주정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천용남 기자)

실제 이곳 수변 상가 주변에는 노상주차장 2곳과 노외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공실이 늘어나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는 상태다.

현재 라베니체 1차는 65개 사업장에 공실률이 60%가 넘는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상가 번영회 등이 나서 상권을 살려보자는 뜻으로 손수 기금을 마련해 수변로에 3종의 LED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지만, 주차 문제로 반응은 싸늘하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설상가상으로 시가 최근 수변 상가 인근에 주정차위반 구역을 설정하고 고정식 감시카메라에 이어 수시 단속을 벌이고 있는데,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라고 했다.

이곳에서 꼬치 집을 운영하는 50대 한 상인은 “수변 상가를 돌고 돌아서 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한 고객이 불법주차 상황에 고정식 단속카메라에 적발돼 베니체 카톡방에 ‘주정차위반 고지서를 받았네요’라고 밝히자 ‘자신들도 딱지를 뗐다’, ‘상권을 살리는 차원에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게 이리 힘든 건가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등 수십 개의 분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며 카톡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곳 라베니체 수변은 경치 비유도 좋아 처음에는 선호했던 지역이었지만 한 바퀴 돌고 또 돌았는데도 주차할 데가 없다 보니 주차장을 마련해야 이곳을 피하고 있는 고객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라베니체 1차 김주찬 번영회장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과 혹은 사랑하는 연인들이 휴식을 하러 다시 오고 싶은 수변 라베니체 공간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김포시와 더불어 상생을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라베니체 수변 상가 주차난을 해결키 위해 지난 10월 이미 기존 장기5 공영주차장을 3층 주차타워로 조성하고, 인근 한강 중앙공원 내 주차장 부지에 220면 3층 규모의 자주식 주차장을 2023년까지 완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베네치아 수변 상가를 찾는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김포매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